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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May 10, 2023
[인터뷰] [Cover Story ] 면적 좁은 육상 대신 광활한 바다로 눈돌리자 한국, 해상풍력 경쟁력 좋아 RE100 도전 가능

12370t. 한국이 2030년까지 발전(전환) 분야에서 줄여야 하는 탄소 배출량이다. 기준이 되는 2018년 배출량이 26960t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감축률도 45.9%에 달해 거의 절반을 줄여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국내에서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의 발전 부문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소나 암모니아를 화력발전에 투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외에도 지난 정부에서 가동률이 떨어졌던 원자력 발전 활용을 늘리는 것도 대두되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자체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30
년까지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국토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 특성상 태양광이나 육상풍력을 광범위하게 도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해상풍력이다. 해상풍력 발전은 육지에 짓지 않아 생물군에 주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고, 오히려 해상 어족자원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거주지와 거리가 먼 곳에서 발전하는 단점이 있지만, 전선부터 철강 구조물까지 경쟁력이 갖춰진 한국이 추진하기에 가장 좋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매일경제는 세계적인 해상풍력단지 건설사인 코펜하겐 오프쇼어 파트너스(COP)의 글로벌 부회장이자 한국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예스퍼 홀스트와 유태승 한국대표를 만났다. COP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해상풍력 프로젝트 중 하나인 전남 고정식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올해 중 착공할 예정이며, 울산에는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홀스트 부회장, 유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갖고 있는 해상풍력 잠재력과 현재 개발 상황, 주민과의 상생방안이나 인접한 대만의 풍력발전 현황 등 국내 해상풍력과 관련한 전반적인 상황을 들어봤다. 다음은 홀스트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한국 독자들에게 COP를 소개 부탁한다.

COP는 덴마크 국민연금이 주축이 돼 설립한 에너지 투자펀드 운용사 코펜하겐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CIP) 2015년 조성한 기업이다. 전 세계에서 해상풍력 발전 사업 및 그린수소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해외에서 풍력발전 단지를 만든 경험은 얼마나 되나.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대만, 호주 등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에도 전남 해안과 울산에서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전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소개해달라.

CIP SK E&S와 합작해 만든 '전남해상풍력'이 전남 신안군에서 900메가와트() 규모로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벌이고 있다. 100㎿ 한 곳과 400㎿ 두 곳을 개발 중이며, 신안·영광 등에서 추가로 해상풍력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착공과 완공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는지 궁금하다.

▷이미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으며 올해 중 착공할 계획이다. 완공은 2024년 말로 보고 있다.

COP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풍력발전 기업이다. 한국에서 사업을 벌이는 이유가 궁금하다.

▷해상풍력 개발은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풍속·수심 같은 해양 여건은 물론이고 생산된 전력 수요처와 풍력발전에 필요한 각종 기자재 공급망도 중요한 여건이다. 한국은 이 모든 여건을 충족하기에 풍력발전 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한국의 풍속 여건은 어떤가.

▷북해보다는 풍속이 느리다. 그러나 북해의 풍속을 10점이라고 치면 한국은 8점 정도다. 해상풍력을 통해 충분히 채산성이 나오는 수준이다.

―수심은 왜 해상풍력 발전에 중요한 요소인가?

▷해상풍력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건설된다. 해상에 떠 있는 부유식과 해저에 고정된 고정식이다. 이 중 고정식의 경우 수심이 얕을수록 필요한 구조물이 적어 비용이 적게 든다. 가성비가 좋아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은 수심이 깊지 않아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풍력발전 건설에 필요한 기자재는 어떤 기업과 협력하는지.

▷한국은 풍력발전 생태계를 이끌어나갈 만한 관련 기업이 많다. 해저 케이블 분야 강자인 LS전선을 비롯해 현대스틸산업, SK오션플랜트, CS윈드 등의 국내기업들이 기자재 납품 등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도 필수적일 것 같다.

▷전라남도와 신안군은 10년 넘는 기간 해상풍력을 키우겠다는 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게다가 신안군 인근은 해안선이 길어 풍력단지를 조성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목포신항만이 건설에 유용한 인프라스트럭처이기도 하다.

 

―전남에서 프로젝트의 또 다른 장점도 있는지.


▷합작법인을 만든 SK E&S가 이미 100㎿ 규모로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한 상태였기에 프로젝트를 연착륙시키기 좋은 여건이었다. COP는 해외 사업을 벌일 때 반드시 현지 파트너와 협력을 추진한다. 추가로 어민 및 주민들과의 관계가 좋은 것도 고려사항이었다.

―어민들과의 관계로 인해 사업에 난항을 겪은 해상풍력 사례가 많다.

▷전 세계 어디서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벌이든 어민과 주민 반발은 일어난다. COP는 모든 이해관계자와 오랜 시간에 걸쳐 소통한 덕에 과거 해상풍력 발전단지 인근 주민들과 협력에 성공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사용했는지 궁금하다.

COP는 어민들과 상생을 통해 반발을 최소화했다. 풍력단지를 건설하려면 인근에 배의 통행을 막기 위한 '가드 베슬'이 필요하다. 일종의 보초다. 이 역할을 어민 배에 맡기는 것이 상생 예시다.

―단순히 일자리 제공만으로 우려가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맞는다. 주민과 어민들은 익숙하지 않은 발전단지가 들어오는 데에 대해 큰 우려를 갖고 있다. 우려를 덜기 위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구축 뒤에도 잘 운영되는 점을 보여주자 점차 신뢰가 쌓였다고 보면 된다.

―어족자원 감소 우려는 어떻게 해소했나.

COP는 어민 등 관계자를 직접 만나 우려하는 사항을 듣고, 이에 관해 소통을 이어왔다. 제주도에 조성된 탐라해상풍력발전의 경우, 해상풍력 발전소 건설 이후 오히려 어족자원이 늘어 해녀들도 좋아했다. COP가 유럽에서 해상풍력을 개발하면서 겪은 상황이 비슷하게 한국에서도 일어나며 우려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도 해상풍력발전을 진흥하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한국은 에너지의 약 95%를 수입하는 국가다. COP 본사가 위치한 덴마크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고, 이로 인해 석유파동 때 경제가 크게 위축됐다. 에너지 수입은 다른 나라에 돈을 퍼주는 것과 다름없다.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면 에너지 자립에도 도움이 되고, 관련 공급망 기업을 육성할 수 있어 수천 개의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한국과 비슷한 여건의 대만에서도 풍력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한국에 비해 대만은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시기가 빨랐다. 2016년 조성을 시작했다. 대만 반도체 기업인 TSMC가 대만 정부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요청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들었다.

―한국과 대만이 풍력발전을 도입한 과정에 차이가 있다면.

▷대만은 신재생에너지를 빠르게 공급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대만은 자국 기업을 직접 키우기엔 해상풍력 가동이 늦어지니 COP 같은 해외 기업의 참여를 적극 유도했다. 한국은 2010년부터 서남해안에 2.5GW 규모 발전 계획을 세웠으나 실제 건설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국 기업이 단지를 건설하는 장점도 크지 않나.

▷관점의 차이다.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서두르려면 COP 같은 기업과 협업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COP는 한국 기업에서 전선, 하부구조물 등을 모두 구입한다. 대만 풍력 개발도 마찬가지로 한국산 기자재를 쓰고 있다.

―대만이 한국보다 풍력발전을 확대하기에 여건이 좋았던 것은 아닌가.

▷바람의 속도만 보면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대만이 9~10, 한국은 7~8점 수준이다. 다만 대만은 수심이 더 깊어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비유하자면, 대만은 100원을 벌기 위해 80원이 들고 한국은 80원을 벌기 위해 60원이 든다. 한국 풍력발전이 오히려 수익성 측면에서는 우위에 있다.

―해상풍력의 발전 단가가 기존 방식보다 여전히 높다는 우려는 어떻게 보나.

▷기존 발전수단과 해상풍력발전 단가가 비슷해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가 멀지 않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매년 3~4GW씩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건설한다면 단가가 크게 내려가 2030년 전에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전면적인 풍력발전 확대 선언이 필요하다.

―유럽은 그리드 패리티 달성에 얼마나 걸렸나.

1991년 첫 해상풍력발전 단지를 4㎿ 규모로 조성하고 30년이 넘게 걸렸다. 한국에서는 이미 성숙한 기술을 활용하는 만큼 더 짧은 시간 안에 달성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한국은 아직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지 않다. 이에 대한 의견은.?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위해서는 해상풍력만 한 대안이 없다. 육상 태양광이나 육상 풍력에 비해 주민에게 주는 영향도 줄일 수 있으며, 발전 단가도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정부가 펼치는 원전 활용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흐름인 'RE100'을 맞추려면 풍력발전 확대는 필수다.

 

―해상풍력특별법 등 한국의 제도 여건은 어떤가.

▷목표가 무엇인지부터 뚜렷하게 해야 한다. 덴마크도 부존자원이 없었는데 국민들이 원전을 쓸지, 재생에너지를 쓸지 국민투표를 벌였고 그 결과 재생에너지 방향으로 간 것이다. 한국도 이런 합의가 나온다면 더 빠르게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덴마크는 북해에 '에너지섬'을 만드는 등 다양한 전략을 펴고 있다.

▷에너지섬은 해안에서 100㎞ 떨어진 곳에 인공섬을 만들어 전력을 전달하기 위한 중간지점을 만드는 사업이다. 만약 해상에서 가까운 곳에 발전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면 굳이 먼 바다에 에너지섬을 조성할 필요도 없다.

―북해도 장거리 전력 이동에 대한 우려가 있다. 한국의 환경은 어떤가.

▷전남 지역은 산업 기반에 비해 재생에너지 생산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향후 한국전력이 전력계통(그리드) 관련 투자를 벌이면 타 지역으로의 전력 공급이 원활해지리라고 본다. 향후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덴마크는 북해에서 생산한 전력으로 그린수소를 만든다. 한국에서도 가능한가.

▷물론 가능하다. 북해에 조성 중인 풍력발전단지 중 3GW의 설비는 전력을 생산해 육지로 보내지만, 7GW의 설비는 생산한 전력으로 그린수소를 만든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Source: 매일경제